건설기계 종목들이 불을 뿜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신저가에 머물렀던 종목들이 연고점 기록을 쓰고 있다. 미국 등의 인프라 투자에 원자재가 상승이 더해져 실적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사우디 호재까지 더해져 내년 전망도 긍정적이다.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는 이날 12.8% 오르며 5만6300원으로 마감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이날의 급등을 포함해 지난 한 달간 3만4050원에서 65.3%나 올랐다. 최근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을 만나 샤힌(Shaheen) 프로젝트와 네옴시티(Neom City) 건설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나타낸 것이다. 현대건설기계는 굴착기 등 건설 중장비를 제조 판매하는 기업으로 국내외에서 대규모 인프라 투자와 토목공사가 진행될 경우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건설기계 외에도 현대중공업 계열로 편입된 동종 기업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두산밥캣 역시 같은 이유로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미국과 중국은 에너지 및 석유화학 등에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지난해 인프라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도로와 교량을 재건하는 데 1100억달러, 노후 수도관 교체를 위해 550억달러를 배정하는 등 대규모 토목공사 예산이 잡혀 있다.
올해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Inflation Reduction Act)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배정된 3690억달러 예산의 80% 이상을 기후변화 대응에 집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주된 내용이 중국의 공급망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이다 보니 결과적으로 각종 원자재의 원재료 조달을 북미지역으로 좁힐 수밖에 없어 미국 내 자원개발이 촉진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네옴시티 건설 계획도 국내 기업들에게는 큰 기회가 될 전망이다. 네옴시티는 5000억달러(약 670조원)를 투입해 사우디의 사막과 산악지역 2만6500㎢ 면적을 인공도시로 만든다는 대역사다. 재계에서는 한국이 70조~100조원 정도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짧은 방한 기간 동안 20여건의 계약과 MOU를 체결했으며,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등에서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근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향한 전 세계의 휴전 요구가 강한 데다 실제로 러시아의 경제 악화로 휴전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긍정적이다. 전후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이 진행될 경우 건설 중장비 수요 또한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재건엔 197억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모든 이슈들이 건설기계 업종과 관련되어 있다. 국내 기업에 국한된 것도 아니어서 미국의 대표적인 건설기계업체 캐터필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캐터필러(CAT)의 주가는 지난 9월 160달러선까지 하락하며 연저점을 기록했으나 10월부터 돌아서 지난 14일(현지시각) 236.5달러로 마감하며 연고점을 찍었다.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에서도 건설기계 주식은 회복 속도가 빠르다.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서공중공업은 10월10일 4.37위안으로 저점을 찍은 후 17일 5.01위안으로 반등한 상태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혜를 받았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각종 광물 등 원재료를 공급하는 기업들의 증산을 자극했고 그 과정에서 채굴에 필요한 건설장비 주문도 늘어난 것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우 원달러환율 상승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불어나는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덕분에 주요 기업들은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건설기계, 두산밥캣, 현대인프라코어, 진성티이씨 등 건설장비업체들과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들의 3분기 누적 이익은 이미 지난해 연간 이익을 넘어선 기업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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